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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 인근을 지나는 KKH 2013년 9월
KKH란 카라코람 하이웨이(Karakoram Highway)의 줄임말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포장된’ ‘국제’ 도로이다. 그럼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포장' '국내 도로'는 어디일까? 카라코람 산맥을 가로지르는 쿤자랍 고개(Khunjerab Pass)를 사이에 두고 중국과 파키스탄을 연결하는데, 이 고개의 높이가 4,693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국경이다.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파키스탄의 길깃-발티스탄(Gilgit–Baltistan), 카이버 팍툰콰(Khyber Pakhtunkhwa) 지역을 잇는 이 도로의 중국 측 공식 명칭은 카라쿤룬공로(喀喇昆仑公路)로 카라쿤룬이란 카라코람 산맥을 말한다. 또한 중국 안에서 이 도로는 우루무치에서 쿤자랍 고개에 이르는 314번 국도의 일부이다. 공식적으로는 이렇다지만 실제 KKH에서 간혹 보이는 중국어 표지판을 보면 중파국제공로(中巴國際公路), 중파우의공로(中巴友誼公路)라 쓰여 있다. 한편 파키스탄 측의 공식 명칭은 N-35로 간단하다.
길이 1,300킬로미터인 이 도로의 북쪽 끝은 중국의 카슈가르(Kashgar, 喀什)로 남으로 887킬로미터를 달려 국경을 넘은 뒤 다시 413킬로미터를 달려 파키스탄의 아보타바드(Abbottabad)에 이른다. 그렇다. 2011년 5월 빈 라덴이 죽은 그곳이다.
KKH http://commons.wikimedia.org/wiki/File:KKH.png
역사
중국, 파키스탄 양 정부에 의해 건설된 이 도로의 공사는 1959년에 시작되어 1979년에 끝났다. 하지만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1986년부터 일반에 공개되었다는데 그 이유는 나와 있지 않다. 아마도 이 도로의 전략적 중요성, 흔히 말하는 ‘국가안보’, 때문이 아닐까 추측할 따름이다. 2013년 10월 초 중국의 국경절(国庆节)을 맞아 10여 일간 중/파 국경을 닫았다. 때문에 당시 훈자에 있던 여행자들은 발이 묶였고, 카슈가르까지 왔다가 우르무치로 되돌아가 이슬라마바드로 날아와 훈자로 들어온 일본인 배낭여행자를 만날 수 있었다. 당시 그 이유가 ‘테러', '보안’ 어쩌구였던데 지금도 납득이 되질 않는다. 납득이.
이 도로의 건설 과정에서 약 810명의 파키스탄인과 약 200명의 중국인 노동자가 숨졌다. 이는 대부분 산사태와 낙석 때문인데, 지금도 KKH를 달리다보면 도로 위의 커다란 바위를 피해 곡예운전을 하거나 산사태로 막힌 도로가 복구되길 기다려야 하니 ‘그럴만했다’는 생각이 든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도로가 이때 만들어진 것이지 예전부터 길은 있었다. 실크로드의 한 갈래로, 따로 공부해서 글을 쓸 요량이다.
하이웨이? 하이웨이!
‘이게 무슨 하이웨이야?’ 다른 여행자들에게 많이 들었던 말이다. 도로의 포장은 대부분 벗겨지고 곳곳이 위험에 노출된, 하여 차들이 속도를 낼 수가 없는데 어찌 ‘고속도로(highway)’라 하느냐는 말일테다. 그럴 때 내가 그 ‘하이’가 빠르다는 뜻이 아니라 높다는 뜻이라고 손을 머리 위로 올려 보이며 설명을 하면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아무런 근거도 없지만...
앞서 말했듯이 KKH는 북에서 남으로 1,300킬로미터를 달려 파키스탄의 아보타바드에서 이르는데, 남서쪽으로 조금 더 가면 하산 압달(Hassan abdal)에서 그랜드 트렁크 로드(Grand Trunk Road)와 만난다. 동쪽으로 방글라데시의 치타공(Chittagong)에서 북인도를 건너 델리까지, 다시 파키스탄의 라호르(Lahore)와 페샤와르(Peshawar)를 거쳐 서쪽의 아프가니스탄 카불(Kabul)에 이르는 이 기나긴 길을 설명하자면 따로 그만큼 긴 글이 필요할 테니 훗날을 기약하는 수밖에.
KKH는 지각 판의 하나인 유라시아 판(Eurasian plate)과 인디아 판(Indian plate)의 충돌지점을 가로지르는데, 카라코람 산맥을 이야기하면서 다시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 지점의 둘레 250킬로미터 안에 중국과 타지키스탄,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파키스탄이 들어와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극심한 분쟁 지역인 카시미르의 주 접근로이기에 KKH는 전략적, 군사적으로 중요하며 무엇보다 중국과 파키스탄 양국에게는 더 말할 나위없다.
2006년 6월 30일 파키스탄 고속도로 관리국과 중국의 SASAC(State-owned Assets Supervision and Administration Commission) 사이에 각서가 교환되었다. 이는 KKH를 보수, 확장한다는 내용이었다. SASAC에 따르면 도로 폭을 10~30미터가량 넓혀 교통 수용량을 현재의 3배로 늘리고 대형화물차와 악천후에 대비한 도로로 만든다고 한다.
실제로 2011년, 2012년과 견주면 2013년 3번째로 쿤자랍 고개를 넘었을 때는 KKH가 확 바뀌어 있었다. 앞서는 2번 다 국경을 넘은 뒤 소스트에서 묵어야 했으나 2013년에는 타슈쿠르간에서 아침에 버스에 올라 오후 늦게 카리마바드에 도착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물론 이때도 아타바드호(Attabad Lake)를 배 타고 건너야 했다. 2010년에 생긴 이 비극적인 호수에 대해서는 따로 글이 하나 필요하다.
아타바드 호(湖) 2012년 5월
파키스탄의 KKH
파키스탄에서 KKH는 아보타바드에서 시작한다. 파키스탄 안에서는 공식적으로 하산 압달에서 시작하는 N-35라는 도로의 일부다. KKH는 타콧(Thakot)에서 인더스 강과 만나 자글롯(Jaglot)까지 나란히 달린다. 이곳에서 길깃 강이 인더스 강과 합류한다. 또한 세 거대한 산맥, 힌두쿠시, 히말라야, 카라코람 산맥이 만나는 지점이다.
히말라야의 서쪽 끝에는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높은 낭가파르바트가 솟아 있다. KKH에서 이 산의 정상부를 볼 수 있다곤 하지만 달리는 차 안에서 보기는 쉽지 않다. 3번을 지나쳤지만 ‘여기서 낭가파르바트를 볼 수 있다.’는 표지판을 본 게 다이다. 물론 날씨도 좋아야 할 것이다. 2011년 낭가파르바트 남쪽의 루팔(Rupal)을 찾아갔으나 짙은 구름에 수직으로 솟은 루팔 벽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KKH는 다시 길깃-발티스탄의 주도인 길깃을 지나 훈자 강을 따라 달리며 훈자(Hunza), 나가르(Nagar) 계곡을 지난다. 이 부근에서 카라코람의 멋진 산들과 빙하들을 볼 수가 있다. 라카포시(Rakaposhi), 울타르(Ultar), 스판틱(Spantik) 같은 산들과 수마야(Sumayar), 파수(Passu), 굴킨(Gulkin) 빙하가 보인다. 그리고 마침내 쿤자랍 고개에서 KKH는 국경에 이른다.
쿤자랍 고개의 파키스탄 쪽 경계석 2012년 5월 1일
중국의 KKH
KKH는 카슈가르의 남으로 달려 챠크라길(Chakragil)과 콩구르(Kongur) 산의 사이에 있는 게즈(Gez) 강 협곡으로 들어간다. 이곳에서부터 주민들이 키르키스족으로 바뀐다. 계곡을 올라간 KKH 차례로 콩구르, 카라쿨 호(Karakul Lake), 무즈카그아타(Muztagh Ata)와 만난다. 무즈타그아타 아래서 서쪽으로 가면 쿨마 고개(Kulma Pass)를 넘어 타지키스탄으로 향하는 파미르 하이웨이(Pamir Highway)가 있다.
타슈쿠르간에 가까워지면서 주민들은 다시 타지크족으로 바뀌어 간다. 타슈쿠르간 남쪽에는 서쪽으로 와크질 고개(Wakhjir Pass)를 넘어 아프가니스탄의 와칸 회랑(Wakhan Corridor)으로 이어지는 지프용 비포장도로가 있다.
작은 마을이 있는 피랄리(Pirali)를 지난 KKH는 마지막 중국 측 검문소를 통과한 뒤 쿤자랍 고개에 올라 파키스탄으로 국경을 넘는다.
무즈타그아타 2013년 11월
* 이 글은 영문 위키피디아를 중심으로 다른 언어의 위키피디아를 참고하여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