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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의 주요 소식 1 - 달리는 열차에서 가스통 폭발파키스탄 소식 2019. 11. 6. 23:15
블로그에서 손떼고 있는 동안 파카스탄에는 '당연히' 이러저러한 일들이 벌어졌다. 아직 트레킹에 관한 글은 하나도 못 올렸는데...(-_-;)
글을 새로 올리기 전에 준비운동 삼아 한번 정리해보련다. 먼저 최근 소식부터 시작한다.
지난달에 달리는 열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백여 명이 죽고 다치는 일이 있었다. 10월 31일 카라치에서 라왈핀디로 가는 열차였다. 사고는 펀잡의 라힘야르칸(Rahim Yar Khan, 지도를 보면 카라치와 라호르의 중간쯤으로 물탄 아래쪽에 있다) 부근에서 일어났다. 승객들이 아침 식사를 만들기 위해 가스버너를 사용하다가 그만 가스통이 폭발했다고 한다. 뭔가 지극히 파키스탄다운 사고다. 낮춰보는 게 아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짐작되기에 하는 말이다.
사진출처 : 로이터 파키스탄에서는 크고 작은 가스통을 여러 용도로 사용한다. 물론 주는 조리용이다. 아직도 훈자에서는 나무를 때는 전통 스토브('쉬'라고 부르던가?)를 쓰지만 큼지막한 가스통을 집 한 켠에 두고 때때로 사용하는 집도 있다.
짜파티 맛은 갓 구운 게 최고! 특히 수시로 단전이 되는 이곳에서 작은 가스통에 심지를 붙여 전등 대신 쓰는 것을 식당, 게스트하우스, 가정집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여담이지만, 이 심지에 불붙이기가 쉽지가 않다. 가스가 무서워 밸브를 너무 늦게/조금 열었다가는 심지만 홀랑 태워먹기 십상이다.
캠핑용 가스등에 쓰는 이런 심지와 같다. 사진출처 : 구글 이미지 그리고 겨울에는 열선(?)이 있는 장치를 붙여 난로로 쓰는 경우도 있다. 내가 예전에 말이야~ 훈자의 게스트하우스에서 겨울을 보낼 때 추위를 못 견뎌 하루는 2kg짜리 가스통과 이것을 사다가 연결해보았다. 좋은 방법을 궁리해낸 스스로를 기특해하며 조심스레 불을 붙였다가 이내 가스 냄새와 그을음 때문에 눈물, 콧물 범벅이 되고 말았다. (T_T)
이 부분을 따로 작게 만들어 싸게 팔더라. 사진출처 : 구글 이미지 날 좋은 봄날 이글네스트나 더 안쪽의 계곡 같은 곳에 가면 놀러 나온 현지인들과 마주칠 경우가 있는데, 작은 가스통과 버너를 가져온 이도 보인다. 파키스탄인들에게는 이게 휴대용 가스버너, '부르스타'인 셈이다. 마찬가지로 현지에서 트레킹 가이드와 짐꾼을 고용하는 경우 이들이 차와 음식을 준비할 때 보통은 이런 가스통을 쓰게 마련이다(왜 '보통은'이 붙었는지 다른 글에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작지만 결코 작지 않다. 사진출처 : 구글 이미지 자, 보자. 카라치에서 핀디까지 기차로 꼬박 하루가 걸린다고 들었다. 론리플래닛 가이드북을 보니 카라치-핀디 구간이 25~26시간 걸린다니 대충(인샬라!) 그 정도이다. 그리고 이 기차에는 종교행사 참석을 위한 순례자들이 상당수 타고 있었다. 이쯤에서 이미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가. 장시간 여행을 위해 음식과 조리 도구를 가지고 다닐 순례자들이 아침에 일어나 무엇을 할지 말이다.
파키스탄에서 아침은 일단 짜이 그리고 프라타와 계란 '후라이'다. 사고는 현지 시간 06시 18분에 일어났다. 한 승객은 BBC에 "일부 순례자들이 차를 만들고 있었"다고 말했고, 연합뉴스에 따르면 "폭발이 발생한 뒤 식용유에 불이 붙어 화재가 더 급속히 번졌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단지 식문화/관습 때문만은 아니다. 알자지라가 전하듯이 연간 7000만명이 이용하는 열차의 객차에는 소화기 하나 없고, 안전 점검도 거의 하지 않는다. 현지인들이 당국의 부정부패와 미숙한 운영, 투자 부족을 말하는 것이 어디 철도 문제뿐이랴.
파키스탄에서는 사고 예방은 차치하고 빠른 대처를 기대하기 어렵다. 불이 난 뒤에도 열차는 속도를 멈추지 않고 20분을 더 달렸고 불을 피해 승객들은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려야 했다. 결국 객차 3량을 다 태우고 나서야 불길을 잡았다. (-_-)
아직 파키스탄에서 기차를 타본 적이 없는 나의 '추측'이 지나쳤을 수 있다. 하지만 파키스탄 여행자가 가장 조심할 것은 탈레반이나 IS의 테러가 아니라 각종 안전사고라고 감히 말한다.
연합뉴스, 파키스탄 달리던 열차서 가스통 폭발…73명 이상 숨져(종합2보)
BBC 코리아, 파키스탄: 달리는 기차에서 화재... 최소 74명 사망
Al Jazeera English, Pakistan train fire: At least 73 killed in gas explosion
Wikipedia, 2019 Tezgam train f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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